韓 '반·차·전·화·철' 원자재 대부분 중국산…배터리는 90% 의존

입력 2021-11-14 17:25   수정 2021-12-14 00:01


공업용 에탄올에 초산을 첨가한 초산에틸은 페인트, 잉크, LCD패널 접착제 등의 용제로 다양한 화학제품 공정에서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2000년대 들어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가속화하면서 국내에서 초산에틸을 생산하는 업체는 한국알콜 한 곳만 남았다. 부족한 물량은 수입에 의존한다. 올 1~9월 해외에서 들여온 초산에틸은 2188㎏. 이 중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은 1428㎏으로, 65.3%에 달했다. 초산에틸 원료인 초산의 중국 수입의존도 역시 77.5%에 이른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초산에틸은 요소수와 마찬가지로 고도의 제조기술을 요구하는 소재는 아니지만 중국 의존도가 워낙 높다”며 “수입에 차질이 발생하면 국내 산업에 연쇄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中에 의존하는 공급망 리스크 커져”
한국경제신문이 14일 관세청 품목분류체계(HS)를 통해 올 1~9월 수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2차전지,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국내 5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원자재 중 상당수가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에서 원자재와 1차 가공소재를 들여와 국내에서 완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원자재가 다양한 데다 거리가 가까워 운송비도 절감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최근 요소수 파동처럼 중국에서 원자재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될 때다.

국내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2차전지 배터리는 중국에서 원재료 공급이 끊기면 산업 생태계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반도체산업에선 산화막 제조에 필요한 탄화규소를 올 1~9월 4861만달러어치 수입했다. 이 중 중국에서 72.2%에 달하는 3509만달러어치를 들여왔다.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의 중국 수입의존도는 절반에 육박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에틸렌 가격이 국내산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중국산을 이용하는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한국 경제는 중국 등에서 저렴하게 원자재를 들여와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공급망을 앞세워 성장해 왔다”며 “이번 요소수 파동은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가 컬러강판 中서 전량 수입
경제계는 국내 제조업 공급망이 원자재뿐 아니라 값싼 중국 범용제품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기업이 단기간에 생산시설을 증설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산 범용제품 수입이 끊기면 공급망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간신히 다른 국가에서 들여온 제품으로 대체하더라도 비용이 증가해 최종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판에 무늬를 넣은 착색아연도금강판은 컬러강판의 일종으로, 건축 내외장재와 전자제품 등에 두루 활용된다. 코로나19 이후 가전제품 수요가 늘면서 몸값이 치솟았다. 국내에선 동국제강과 포스코강판, KG동부제철이 컬러강판을 생산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 저가인 중국산을 원하는 수요가 적지 않다. 올 1~9월 착색아연도금강판 수입액은 3억5144만달러. 이 중 99.7%가 중국산이었다.

올 상반기 국내 건설시장을 강타한 철근대란도 값싼 중국산 철근 수입이 줄어들면서 촉발됐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연간 100만t의 철근 중 60% 이상이 중국산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값싼 중국산 제품을 원하는 수요는 곳곳에 널려 있다”며 “중국산 공급이 끊기면 시장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산업에서도 제동장치, 운전대, 에어백 등 부속부품의 중국 수입의존도는 60% 안팎에 이른다.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노동집약적 부품이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작년 2월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의 셧다운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가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수급처의 다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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